오늘은 오랫동안 의문을 품고 성경에서 찾고 연구해야 했던 ‘맹세(Oath)’와 ‘서원(Vow)’의 차이를 다루려고 합니다. 성경은 이 두 단어 사이에 분명한 차이를 두지만, 지금의 법정이나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vow’와 ‘oath’ 모두 맹세로 쓰기 때문에 웬만해선 그 차이가 명확하게 깨달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같은 의미로 처리하게 되고 그럴 경우 성경의 주요 사건들을 잘못 해석하게 되는 걸 알게 됐었습니다.
‘Vow(서원)’란 단어를 영어 킹제임스성경에서 찾게 되면 68개의 구절이 나오고 ‘Oath(맹세)’는 59개 구절이 나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NIV로 찾아보면 ‘vow’는 ’77’ 구절, ‘oath’는 130구절이나 나옵니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저는 성경에 나오는 어떤 단어나 표현의 바른 의미를 알고자 성경 전체에서 그 단어나 표현이 들어간 문장들을 모두 뽑아 읽는 작업을 자주 합니다. 그럴 때마다 함께 알게 되는 의미심장한 구절의 ‘수’만 보고도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서원과 맹세가 나오는 구절들을 일일이 읽어보면 그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맹세가 일방적이라면 서원은 조건부란 겁니다. 맹세가 ‘무엇을 하기로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혹은 ‘난 절대로 그런 적이 없음을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는 거라면 서원은 상호 조건부로 두 파트로 구성됩니다. 즉, 서원엔 하나님이 충족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고 서원하는 사람이 충족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흥정으로, ‘하나님이 먼저 A를 해주신다면 제가 B를 하겠습니다’고 맹세하는 겁니다. 서원하는 쪽에서 요구사항과 그 대가까지 정하는 것으로 항상 전제조건을 갖고 있고, 하나님께서 그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신다면 당연히 계약은 성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충족시키셨다면 계약이 성사되고 서원한 사람은 자신이 하겠다던 부분을 반드시 이행해 값을 내야 합니다. 사람이 창조주 하나님과 이런 서원을 맺게 될 경우, 성경의 입장은 매우 엄중하고도 확고합니다.
민수기 30장 전체는 서원에 대한 규례를 자세히 다루는데 2절에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결심하고 서약하였으면 깨뜨리지 말고 그가 입으로 말한 대로 다 이행할 것이니라’고 나옵니다. 여기서 ‘결심하고 서약’으로 번역된 문장은 ‘swear an oath to bind his soul with a bond’, 즉 ‘혼을 속박하여 묶기로(무엇 무엇을 하지 않겠다) 맹세로 서약’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맹세가 아닌 ‘서원’과 함께 쓰인 서약의 맹세(민 30:4, 6)입니다. 이럴 경우 성경은 ‘그가 입으로 말한 대로 다 이행하라’고 하시는데 단, 결혼하지 않은 여자나 결혼해서 남편이 있는 여자처럼 보호자가 있는 경우엔 그 아버지나 남편이 서원을 듣는 즉시 무효로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하나님께 득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듣고도 묵인했다면 서원은 효력을 갖고 여자는 서원을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민 30:3-14). 만일 아내의 서원을 듣고 얼마가 지난 후에 뒤늦게 무효로 한다면 그가 서원을 지키지 못하게 된 아내의 죄를 감당해야 합니다(민 30:15). 서원한 여자가 남편 없는 과부나 이혼한 경우엔 자신이 한 ‘모든’ 서원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성경은 증거합니다(민 30:9).
그렇기에 전도서 5장 4- 5절에 보면, “네가 하나님께 서원하였거든 갚기를 더디게 하지 말라 하나님은 우매한 자들을 기뻐하지 아니하시나니 서원한 것을 갚으라 서원하고 갚지 아니하는 것보다 서원하지 아니하는 것이 더 나으니”라고 하십니다. 이처럼 서원은 약속이나 맹세처럼 지키는 차원이 아닌 빚처럼 갚아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6절엔 “네 입으로 네 육체가 범죄하게 하지 말라 천사 앞에서 내가 서원한 것이 실수라고 말하지 말라 어찌 하나님께서 네 목소리로 말미암아 진노하사 네 손으로 한 것을 멸하시게 하랴”고 하십니다.
성경은 또한 서원을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하시는데 신명기 23장 21-22절에 보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 서원하거든 갚기를 더디하지 말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반드시 그것을 네게 요구하시리니 더디면 그것이 네게 죄가 될 것이라 네가 서원하지 아니하였으면 무죄하리라”라고 하시면서 23절에 “Whatever your lips utter you must be sure to do, because you made your vow freely to the Lord your God with your own mouth.”라고 하십니다. 직역하면 “네 입술로 어떤 발언을 했든지 너는 반드시 확실히 이행토록 하라. 왜냐면 너는 네 입으로 스스로 (자원해서) 너의 주 하나님께 서원했기 때문이라.” 즉 누군가의 강요도 아니요, 어떤 의무나 책임 때문도 아닌, 자원해서 하나님께 조건부 맹세를 한 것이고 하나님이 그 요구사항을 충족하셨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을 이행하는 것에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지혜의 책인 잠언은 20장 25절에 “It is a trap to dedicate something rashly and only later to consider one’s vows.”라고 하십니다. 직역하면 “어떤 것을 바치기로 경솔히 서원하고 난 후에 그것들을 숙고하는 것은 올무가(덫) 되느니라”입니다.
성경에서 ‘서원’이 제일 처음 나오는 부분은 창세기 28장 20-22절로, “야곱이 서원하여 이르되 (만일:If)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고 맹세하는 부분입니다. 성경엔 서원하는 장면이 여럿 나오는데 몇 가지 유명한 서원 중에는 삼상 1장 11절에 나오는 한나의 서원으로, “서원하여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시고 주의 여종에게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이고 사사기 11장에 나오는 입다의 서원입니다. 입다의 서원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좀 더 자세히 쓰겠습니다. 신약에서는 사도행전 21장에 바울이 하나님께 서원한 것이 있어 그 서원한 기간이 끝나 머리를 미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처럼 서원은 ‘만일 하나님이…하시오면 제가…하겠나이다’란 조건부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조건부이기에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엄중한 책임이 있는 서원이 아닌 일반적인 맹세는 경솔히 실언한 경우 지키지 못해도 속죄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헛된 맹세를 지키지 않고 벗어날 방법을 다루는 레위기 5장 어디에도 ‘서원’이나 ‘서약’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만일 누구든지 입술로 맹세하여(oath) 악한 일이든지 선한 일이든지 하리라고 함부로 말하면 그 사람이 함부로 말하여 맹세한(oath) 것이 무엇이든지 그가 깨닫지 못하다가 그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에는 그 중 하나에 그에게 허물이 있을 것이니 이 중 하나에 허물이 있을 때에는 아무 일에 잘못하였노라 자복하고 그 잘못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 속죄제를 드리되 양 떼의 암컷 어린 양이나 염소를 끌어다가 속죄제를 드릴 것이요 제사장은 그의 허물을 위하여 속죄할지니라(레 5:4-6)”. 여기서 ‘이 중 하나에 허물이 있을 것’이란 의미는 ‘맹세했으면 실행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허물’ 혹은 ‘해서는 안 되는 맹세를 함부로 한 것에 대한 허물’, 이 두 가지 중 한 허물이 있을 거란 의미입니다.
성경에서 ‘맹세’가 제일 처음 나오는 부분은 아브람(아브라함)이 소돔 왕에게 혹시라도 네가 나를 부자로 만들었다고 할까 봐 너의 것은 실 한오라기 하나 안 갖겠다고 여호와께 맹세했다고(창 14:55) 말하는 장면입니다. 그 외에도 성경 전체에 나오는 맹세 관련 구절 중 창세기에 있는 몇 개만 살펴보면, 이삭의 신붓감을 찾아 나서는 종과 아브라함의 맹세(창 24:41),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맹세를 이삭에게 말씀하시는 장면과(창 26:3), 이삭과 아비말렉의 평화의 맹세(창 26:31), 그리고 요셉이 이스라엘에게 ‘내가 죽은 후에 하나님께서 너희를 도우러 오실 때 내 뼈를 가지고 올라갈 것’을 맹세하게 하는 장면(창 50:25)입니다. 이외에도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맹세는 여호수아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브온 사람들을 살려주기로 맹세한 것과 다윗과 요나단의 맹세, 또 사울과 백성 간에 요나단의 생명을 놓고 하나님께 서로 맹세하는 장면 등입니다. 이 모든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