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호와의 7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유월절’을 나누려고 합니다. 글을 하나씩 올릴 때마다 그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하고 찾아보고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 대해 잘못 알았거나 막연히 알던 부분이 고쳐지고 확실해지곤 합니다. 처음 글을 올릴 때는 성경에 대해 내가 고민했거나, 의문 가졌던 부분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바람이었지만, 결국 제일 큰 수혜자는 나 자신입니다. 다 알기에 올리는 게 아니라 올리며 더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그동안 공부했던 것 때문에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리하다 보니 고민에 빠지는 구절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 의문을 풀고자 더 찾고 공부하고 묵상한 끝에 해결이 됐습니다. 그걸 나누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내용을 적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대인들의 하루는 우리처럼 12 AM에서 11:59 PM이 아닙니다. 그들의 하루는 6 PM에서 그다음 날 5:59 PM까지입니다(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날 저무는 시각에서 그다음 날 날 저물기 전까지인데 이 시간대는 변하기에 6 PM으로 고정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하루가 그 전날 저녁에 시작해서 두 날에 걸쳐 있게 된 이유는 창세기 1장에 기원합니다(분리 및 증인을 의미하는 2에 대한 자세한 의미는 여길 누르시기 바랍니다). 창세 때 하루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째 날이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둘째 날이라’로 6일째까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창 1:5, 8, 13, 19, 23, 31).’
이 지식으로 성경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월절 구절들과 절기를 읽다 보면 혼란스러운 부분이 생깁니다. 출 12장에 보면 유월절 어린양은 14일 저녁(evening)에 잡아서 그 피는 문설주에 바른 후 불에 구워 무교병 및 쓴 나물과 함께 밤에 먹습니다. 아침까지 아무것도 남기면 안 되며 남았다면 불로 태웁니다(출 12:6-10).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양의 피를 바르고 고기를 먹던 날 한밤중에 에굽 땅에서 처음 난 것들(사람과 짐승)을 모두 치십니다. 이에 온 에굽 사람들이 일어나 큰 부르짖음이 있었고 바로는 그 밤에 모세와 아론을 불러 떠날 것을 재촉합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미처 반죽을 발효시키기도 전에 옷에 묶어 어깨에 맨 채 라암셋을 떠납니다(출 12:12, 29-37). 모세는 민 33장 3절에서 이 부분을, ‘그들이 첫째 달 열다섯째 날에 라암셋을 떠났으니 곧 유월절 다음 날이라…’고 서술합니다.
이 부분을 우리 시간 개념으로 읽었을 때는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14일 저녁에 양을 잡아 피를 칠한 후 먹었고, 그 밤에 에굽을 치셨고 그들의 독촉에 떠났으니 15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대인 시간 개념을 안 후에 읽자니 혼란스러웠습니다. 14일 저녁부터 그다음 날 저녁되기 전까지가 14일이니까 그들이 에굽을 떠났을 때도 여전히 14일이어야 하는데, 민 33:3절은 유월절 다음날인 15일이었다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유월절 어린양을 먹은 후에 하루 더 있다 떠났나 싶지만, 분명 그 날밤 바로가 서둘러 떠나게 했다니 충돌이 옵니다. 예전에도 잠시 고민했었던 부분인데 이번에 글로 정리하면서 다시 떠오르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더 찾아보고 공부하고 묵상하게 됐고, 얻어진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성경의 다른 유월절 관련 알쏭달쏭한 구절들도 모두 풀리게 됐습니다.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예수님이 돌아가셨던 해의 날짜와 요일들을 테이블로 만들었습니다. 붉은 글씨는 유월절, 초록 글씨는 안식일, 파란 글씨는 초실절을 나타냅니다. 유월절과 초실절은 매해 요일이 바뀔 수밖에 없지만, 안식일은 매주 금요일 저녁 6시에서 토요일 5:59분까지입니다.

예수님은 14일 유월절에 돌아가셔서 3일 후인 17일 초실절 새벽에 부활하셨습니다(부활 승리를 의미하는 17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길 누르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일요일 새벽이 17일이 되도록 한 후 뒤로 3일을 가면 위 테이블처럼 수요일과 목요일에 니산 14일 걸쳐지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주님이 돌아가신 날은 수요일이라 하고, 목요일이란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금요일이란 사람들도 있습니다(그 때문에 천주교는 성금요일을 예전부터 기념했습니다). 하지만 수요일에 돌아가셨다면 일요일 새벽까지 4일이 되기에 성경적으로 맞지 않고 금요일은 일요일까지 이틀이기에 맞지 않습니다. 성경에 의하면 주님은 오후 3시에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셨습니다(마 27:45; 막 15:34 – ‘9th hour’ 즉 9번째 시각은 우리 시간으로 오후 3시입니다). 주님은 이 세대에 줄 표적은 요나가 3일 낮과 밤 고래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인자도 3일 낮과 밤을 땅 속에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마 12:39-40). 따라서 목요일 니산 14일 오후 3시에 돌아가셨다면 3일 후가 일요일 새벽이기에 타임라인에 맞습니다(부활 및 영적 완전함을 의미하는 3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길 누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목요일 오후에 돌아가셨다는 가정이 맞으려면 출애굽 때 이스라엘이 양을 잡은 날도 니산 14일이 시작된 저녁이 아닌 14일이 마무리되는 그다음 날 오후(15일 저녁이 시작되는)여야 합니다. 주님은 이스라엘이 유월절을 준비하며 양을 잡을 시각에 돌아가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 12장 6절엔 14일까지 간직했던 양을 유월절 저녁에 잡으라니 아무래도 14일이 시작된 저녁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래서 원어로 찾아보니 그 구절에 쓰인 ‘저녁’은 구약에 총 11번 나오는 ‘hā·‘ar·bā·yim(하아르바임)’으로 정확한 뜻은 ‘저녁들(두 저녁들) 사이에’입니다. 여러 주석에 따르면 ‘evening (저녁)’은 ‘오후 3- 6시’ 그리고 ‘6-9시’ 두 파트로 나뉩니다(주석 참고). 그리고 ‘두 저녁들 사이’란 해 저물기 전 오후 헌물을 드리던 오후 3시를 지칭하는 것이기에 어떤 번역본들은 ‘hā·‘ar·bā·yim’을 아예 ‘twilight(오후 3-6시를 뜻하는 단어)’로 번역합니다(번역본 비교). 11은 나뉨과 분리를 뜻하는 숫자인데 ‘두 저녁들 사이’란 히브리 단어가 구약에 모두 11번 나온다는 건 참 흥미롭기만 합니다(11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길 누르시기 바랍니다).
정리하자면, 출애굽 때 이스라엘은 니산 14일이 끝나가는 오후 3시에 양을 잡기 시작해서 그날 6시가 지나 니산 15일이 된 밤에 피를 바르고 고기를 먹었으며 하나님이 장자들을 치시자 바로의 재촉으로 라암셋을 떠난 것입니다. 여태껏 유월절 14일에 양을 잡기만 한 게 아니라 먹은 거로 생각했을 때는 출 12장의 기록과 니산 15일에 떠났다는 신명기 33장 3절의 기록이 상충했는데, 니산 14일 오후에 양을 잡고, 먹는 건 15일이 시작되는 저녁임을 깨닫게 되자 비로소 모든 구절이 조화를 이뤘습니다(언약을 의미하는 33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길 누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수요일 저녁과 목요일 저녁이 되기 전까지인 유월절 14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성경을 토대로 순서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유월절 14일이 시작된 수요일 저녁에 주님은 제자들과 유월절 만찬을 나누십니다. 이때 빵과 포도주를 나눴지만, 양고기를 먹은 기록은 없습니다(마 26:17-30; 막 14:12-26;눅 22:1-20; 요 13:1-30). 양을 잡는 날은 그다음 날 오후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님이 직접 유월절 어린양이 되어 주실 것이기에 제자들과는 양 없는 유월절 만찬을 미리 나누십니다. 그 후 14일 밤에 제자들과 기도하러 가셨다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잡히신 후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 뜰에서 대제사장과 서기관 및 장로들에게 모욕당하시고 사형이 구형됩니다(마 26:47-68). 율법에 따르면 유월절 첫날과 마지막날엔 노동을 하면 안 되지만 성회로 모이라고 합니다(출 12:16). 이들은 그날 예수님을 모함하고 넘기는 일로 모였습니다. 그 후 14일 이른 아침에 예수님은 빌라도에 넘기어지고 모욕과 고난을 겪으신 후 형이 확정되자(마 27:1-26; 막 15:1) 14일 아침 9시에(막 15:25-‘the third hour’ 제 삼시는 아침 9시)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그날 오후 3시에 숨을 거두십니다(마 27:46; 눅 23:44).
막 15장 42절에 의하면 그날은 유월절을 준비하는 날이자 안식일 전날이었습니다. 즉, 목요일 오후(14일)였기에 유월절 양을 잡아 준비해야 했고 목요일 밤(15일)에 먹으며 그다음 날 금요일 저녁은(16일) 안식일이었기에 유대인들은 이런 ‘큰 안식일(요 19:31-유월절 지내는 니산 14와 15에 이어 안식일이 오는)’에 시체들을 십자가에 두지 않으려고 빌라도에게 다리를 꺾어달라고 요구합니다. 십자가에 달리게 되면 보통 목숨이 끊어지기까지 하루 이상을 끄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해 니산 14-16일은 날짜로만 보면 유월절에서 안식일까지 3일인 것 같지만 실제는 하루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아래 테이블 참조).

하지만 군인들이 가서 보니 주님은 이미 죽어 다리를 꺾지 않습니다. 이에 아리마데 요셉이 빌라도를 찾아가 시신을 요구하자(막 15: 43) 빌라도는 예수가 벌써 죽었을까 싶어 백부장에게 확인해본 후 시신을 넘깁니다(막 15:44-45). 아리마데 요셉은 그날 저녁(14일 끝 무렵 혹은 15일 시작 무렵) 예수님의 시신을 자기 무덤에 옮겨놓고 떠납니다(마 27:57-60). 여인들은 주님의 시신을 제대로 장사하고 싶었지만, 안식일이 끝난 17일 저녁은 밤이기에 아무것도 못하다가 17일 동이 트자마자 무덤으로 향합니다(마 28:1).
다음은 니산 14일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테이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