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유리하는 별들

지금부터 약 5년 전 킹제임스 영어 성경으로 통독하던 때였습니다. 사사기에서 사사들에게 ‘Spirit of the LORD (주의 영:여호와의 영)’이 임하는 장면을 여러 번에 걸쳐 읽은 후 사무엘 상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사무엘 상 11장에서 암몬이 이스라엘에 쳐들어와 길르앗 야베스를 위협하는 소식을 접한 사울에겐 예의 ‘Spirit of the LORD’가 아닌 ‘Spirit of God’이 임한 거로 적혀 있어 멈칫했었습니다(삼상 11:6). 사사들에게 반복적으로 ‘Spirit of the LORD’가 임한 표현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어 암몬에 맞서는 사울에겐 ‘Spirit of God’이 임했대니 뭔가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사기가 아니고 사무엘이니까 표현이 좀 다를 수도 있지 싶어 일단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사무엘이 청년 목동인 다윗에게 기름 부을 땐 “…the Spirit of the LORD came upon David from that day forward. So Samuel rose up, and went to Ramah(삼상 16:13)” 직역하면, “주의 영(여호와의 영)이 ‘바로 그날부터 이후로’(그날 이후로) 다윗에게 임하니 사무엘이 일어나 라마로 가니라”고 나왔습니다.

여기에 의문이 생겨 ‘Spirit of the LORD’와 ‘Spirit of God’이 들어간 성경 구절을 모두 뽑아 읽어 보았고 큰 유익을 얻었습니다. 사람은 여기선 이렇게 말하거나 표현하고 저기선 저렇게 말하고 표현하나, 성경은 단 한 글자, 단 한 구절도 의미 없이 그냥 적지 않았음을 또 한 번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때 발견했던 부분들을 부족하나마 나누려고 합니다. “Spirit of the LORD”는 성경 전체에 30번, “Spirit of God”은 26번, 복수인 “Spirits of God”은 모두 요한계시록에서만 3번 나옵니다(계 3:1, 4:5, 5:6). 또한 “Spirit of LORD God”이란 표현은 이사야서 61장 1절에 딱 1번 나옵니다(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길‘ 누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부터는 간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영어 표현은 쓰지 않고 여호와의 영을 뜻하는 ‘Spirit of the LORD’는 ‘주의 영’으로, 그리고 ‘Spirit of God’은 ‘하나님의 영’으로만 쓰겠습니다.

먼저 “주의 영”를 살펴보면 사사기에 처음 등장하며 총 7번 나옵니다(사 3:10, 6:34, 11:29, 13:25, 14:6, 14:19, 15:14). 옷니엘, 기드온, 입다, 그리고 삼손에게만 4번 쓰입니다. 이제 이 글의 요점인 사무엘 상으로 넘어가면, “주의 영”은 딱 3번 등장하는데 이 구절들 속에 바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삼상에서 ‘주의 영’이 맨 처음 등장하는 부분은 잃어버린 아버지의 암나귀를 찾아 사무엘에게로 온 사울에게 기름 붓고 난 후입니다. 사무엘은 사울에게 “네게는 여호와의 영(주의 영)이 크게 임하리니 너도 그들과 함께 예언을 하고 변하여 새 사람이 되리라(10:6)”고 예언합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적었듯이 정작 11장 6절에 사울에게 임한 건 ‘하나님의 영’이었습니다. 나머지 “주의 영”은 두 번 연이어 삼상 16장 13절과 14절에 등장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사무엘이 기름 뿔병을 가져다가 그의 형제 중에서 그에게 부었더니 이 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주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 사무엘이 떠나서 라마로 가니라 여호와의 영(주의 영)이 사울에게서 떠나고 여호와께서 부리시는 악령이(the evil spirit from The LORD) 그를 번뇌하게 한지라(삼상 16:13-14)”

이처럼 삼상에서 3번 등장하는 ‘주의 영’은 제게 많은 의문과 고민을 줬습니다. 왜냐면 사무엘이 기름을 붓자마자 주의 영이 임했던 다윗은 하나님의 주권으로 ‘주의 영’이 바로 임했던 다른 사사들과 같은 패턴이지만 사울에게 기름 부었을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사무엘이 너에게 ‘주의 영’이 임할 거라고 예언하지만 정작 사울에게 임한 건 ‘하나님의 영’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나왔다면 이해하기가 좀 나았을 텐데, 삼상 16장을 보면 기름 부음을 받은 다윗에게 ‘주의 영’이 임하자 사울에게선 ‘주의 영’이 떠나고 악령이 임합니다. 주의 영이 떠났다고 하니 그럼 주의 영이 임하긴 했던 건가? 싶고 그럼 왜 11장 6절엔 ‘하나님의 영’이라고 굳이 썼지? 싶었습니다. 어쩌면 두 표현 다 같은 의미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 동안 경험한 성경은 괜히 이랬다 저랬다 하는 책이 아니기에 뭔가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별 진전 없이 ‘주의 영’ 구절들을 모두 읽고 난 후 ‘하나님의 영’이 들어간 구절들을 읽기 시작했을 때야 비로소 의문이 차차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사기가 돼서야 처음 등장하는 ‘주의 영’과는 달리 ‘하나님의 영’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꾸준히 등장합니다. 창세기 1장 2절 그리고 41장 38절(요셉에 대해 바로가 말하는 부분)에 등장하고 출애굽기에서는 성막의 여러 기구를 만든 브살렐에게 부어졌다고 두 번 언급됩니다(출 31:3, 35:31). 그러다 민수기에 와서 놀랍게도 발람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한 장면이 나옵니다. “발람이 자기가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것을 여호와께서 선히 여기심을 보고 전과 같이 점술을 쓰지 아니하고 그의 낯을 광야로 향하여 눈을 들어 이스라엘이 그 지파대로 천막 친 것을 보는데 그 때에 하나님의 영이 그 위에 임하신지라 그가 예언을 전하여 말하되 …(민 24:1-3)”

발람으로 말하면 돈에 눈이 먼 점술가요(민 22:7), 이스라엘이 우상숭배 하게끔 올무를 놓은 자이며(민 31:16), 신약에서도 죄와 불법과 거짓 교리의 상징으로 쓰이는 자입니다(벧후 2:15, 유 1:11, 계 2:14). 그런 그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해 이스라엘의 축복을 예언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불순종의 상징인 발람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삼상엔 ‘하나님의 영’이 4번 나오는데 흥미롭게도 모두 사울과 연관 있었습니다. 첫 장면은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 부으며 네게 ‘주의 영’이 임해 그들과 예언하게 되고 새 사람이 될 거라고(삼상10:6) 말한 직후 거길 떠난 사울이 선지자 무리와 마주치게 되자 ‘하나님의 영’이 크게 임해 예언하는 부분입니다(삼상 10:10). 여기서도 사울에겐 ‘하나님의 영’이 쓰였었구나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그 일 이후에도 시간이 더 지난 후에 암몬이 쳐들어오자 사울에게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영’이 크게 임하는 부분으로 앞에서도 적은 내용입니다(삼상 11:6). 나머지 두 번은 다윗이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을 피해 나욧에 있는 사무엘에게로 가서 숨었을 때 일어납니다. 사울이 다윗을 잡으려고 전령들을 3번에 걸쳐 보내지만, 사무엘 앞에서 선지자들이 예언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영’이 전령들에게도 임해 예언하느라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자 사울이 직접 쫓아갔다가 역시 ‘하나님의 영’이 임해 벌거벗고 누운 채로 예언하는 장면입니다(삼상 19:20, 23).

이제 모든 ‘주의 영’과 ‘하나님의 영’ 구절들을 읽고 오랜 묵상 끝에 얻은 결론을 나누려고 합니다. 사무엘은 하나님의 주권에 입각한 하나님의 눈으로 사울에게 ‘주의 영’이 임할 것임을 예언했습니다.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시작된 일이지만 사울 또한 하나님의 주권으로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신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주의 영’이 내게도 ‘주의 영’이 되려면 하나님의 주권뿐만 아니라 나의 선택과 순종도 필요합니다. ‘주의 영’이 들어간 구절들을 보면 하나님께 전심으로 순종한 왕, 사사, 선지자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삼손도 비록 인간적인 허물은 컸을 지언정 하나님을 구하고 하나님께 부르짖었던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 보다는 사람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주권에 복종하지 않았던 사울에게는 ‘주의 영’이 ‘주의 영’이 되지 못하고 ‘하나님의 영’으로 잠시 머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영’으로 예언과 능력은 행사하지만(발람처럼, 혹은 가룟 유다처럼) 거듭된 불순종으로 결국 ‘주의 영’은 떠나고 ‘주로부터(여호와) 온 악령’이 임합니다(삼상 16:14).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사울은 ‘하나님의 영’이 임했을 때만 예언한 게 아니라 악령이 임했을 때도 예언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튿날 하나님께서 부리시는 악령이 사울에게 힘 있게 내리매 그가 집 안에서 정신 없이 떠들어대므로( 이 부분이 킹제임스 영어 성경엔 ’prophesied: 예언했다’며 히브리 원어로도’naba:예언하다’ 입니다)  다윗이 평일과 같이 손으로 수금을 타는데 그 때에 사울의 손에 창이 있는지라 그가 스스로 이르기를 내가 다윗을 벽에 박으리라 하고 사울이 그 창을 던졌으나 다윗이 그의 앞에서 두 번 피하였더라(삼상 18:10-11).” 악령이 임했는데 ‘예언했다’로 번역하는 건 좀 아니다 싶었는지 한국어 성경뿐만 아니라 다른 영어 성경도 ‘헛소리’했다는 식으로 번역했음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늘 킹제임스 영어 성경으로 주로 읽고 가끔씩 의문이 생기는 단어나 구절을 원어로 확인하다 보니 다른 성경에 잘못 번역돼 있음을 글로 정리하면서 알게 됩니다. 그때마다 원어에 충실하게 번역하지 않고 사람의 생각을 넣어 고쳤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이런 행동이 오히려 진리를 감추고 왜곡시키기 때문입니다. 물론 킹제임스도 잘못 번역한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 번역본 중엔 그나마 제일 낫기에 영어로 읽으시려면 킹제임스로 읽으시기를 추천합니다.

어찌 됐거나, 18장에선 16장의 여호와로부터 온 악령이(Evil spirit from the LORD) 아닌 하나님으로 부터 온 악령이(Evil spirit from God) 사울에게 임합니다. 사울은 악령이 임해서도 예언할 뿐만 아니라 살기 충만해 하나님의 약속이 임한 다윗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가 다윗에게 “나는 네가 반드시 왕이 될 것을 알고 이스라엘 나라가 네 손에 견고히 설 것을 아노니(삼상 24:20)”라고 한 것만 봐도 그저 인간적인 시기나 질투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대적하는 마귀에게 쓰임 받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진심으로 예배드린 아벨을 죽인 가인, 하나님의 주권으로 택하신 모세와 아론을 대적했던 고라 일당들, 돈에 눈이 멀어 이스라엘에게 올무를 놓아 범죄케 한 발람, 은 30에 예수님을 판 유다처럼 말입니다. “화 있을진저 이 사람들이여, 가인의 길에 행하였으며 삯을 위하여 발람의 어그러진 길로 몰려 갔으며 고라의 패역을 따라 멸망을 받았도다 그들은 기탄 없이 너희와 함께 먹으니 너희의 애찬에 암초요 자기 몸만 기르는 목자요 바람에 불려가는 물 없는 구름이요 죽고 또 죽어 뿌리까지 뽑힌 열매 없는 가을 나무요 자기 수치의 거품을 뿜는 바다의 거친 물결이요 영원히 예비된 캄캄한 흑암으로 돌아갈 유리하는 별들이라(유 1:11-13)”

유다서는 이러한 자들이 기탄 없이 하나님의 자녀들과 함께 먹으며 우리의 애찬에 암초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가인, 고라, 발람, 사울, 가룟 유다 모두 하나님께 예배로 나아왔던 자들이요, 제사장, 선지자, 왕, 사도로서 ‘하나님의 영’이 임했던 자들입니다. ‘주의 영’이 ‘주의 영’이 되지 못한 채 ‘하나님의 영’으로만 잠시 머물다 떠난 후 악령이 임하거나 마귀가 들아간(요 13:27) 사람들에 대한 묵상을 통해 성경 여러 구절이 이해됐었습니다. “한 번 빛을 받고 하늘의 은사를 맛보고 성령에 참여한 바 되고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을 맛보고도 타락한 자들은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하게 할 수 없나니…(히 6:4-6).”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 7:21).”

예수님은 그 날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귀신을 쫓고 많은 권능으로 행하지 않았습니까? 할 거라고 하셨습니다(마 7:22). 그런 그들을 향한 주님의 대답은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마 7:23)” 입니다.

Published by tnb4word

"진리의 말씀을 바르게 나누어 네 자신을 하나님께 인정받은 자로,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나타내도록 연구하라(딤후 2:15)" 성경 관련 질문이나 코멘트는 gloryb2mylord@gmail.com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I am a diligent student of the Word. Please reach out to me with any bible related questions or comments via the email address above

One thought on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유리하는 별들

Comments are closed.

%d bloggers like this: